[책마을] "번역 시작 25년 만에 출간했어요…'율리시스'는 누구라도 어려운 책"

입력 2024-01-19 18:54   수정 2024-01-20 01:21

“드디어 읽을 만한 율리시스가 나왔다.”

최근 문학동네에서 출간한 제임스 조이스의 고전소설 <율리시스>에 대한 독자들의 평가다. 어렵기로 유명한 책이기에 “읽을 만하다”는 말은 극찬에 가깝다. 책 좀 읽는다는 사람들 사이에선 벌써 입소문이 나며 초판으로 찍은 1·2권 2000질 가운데 약 1000질이 출간 한 달 만에 팔렸다.

책은 이종일 전 세종대 영어영문학과 교수(사진)가 번역했다.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영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한국제임스조이스학회장을 지낸 조이스 전문가다.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“영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1998년 가을부터 조금씩 번역을 시작했는데 출간까지 25년이 걸렸다”고 말했다.

조이스가 1922년 처음 출간한 <율리시스>는 아일랜드 더블린을 배경으로 1904년 6월 16일 하루 동안의 일을 그렸다. 특별한 사건은 없다. 아침에 아내의 외도를 알게 된 38세 남성 레오폴드 블룸의 하루를 쫓을 뿐이다. 단순한 여정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‘의식의 흐름’이다. 독자는 블룸이란 사람의 머리에 들어가 하루를 보내는 진기한 체험을 하게 된다.

그는 이 소설이 “코믹하다”고 말한다. “주인공의 우울한 하루를 그린 작품인데, 작가가 그런 감정에 빠져들지 않고 거리를 둡니다. 말장난도 하면서 코믹하게 희극적으로 풀어내죠.”

20세기 초 더블린 소시민의 사소하고 구체적인 일상을 있는 그대로 실감 나게 전달하는 점도 재미있는 부분이라고 했다. “블룸이 아침 먹고 변기에 쭈그리고 앉아 일을 보는 모습까지 나와요. 힘을 주었다가 푸는 등 아주 세세합니다. 당시는 위선적이다 싶을 만큼 점잔을 떨던 시대였어요. 참 시대를 앞서간 작품이란 생각이 듭니다.”

쉽게 번역했어도 <율리시스>가 쉬운 책은 아니다. 조이스는 생전에 “내가 불가해한 것과 수수께끼를 워낙 많이 심어놓았기 때문에 장차 수백 년 동안 교수들이 내가 뭘 의미하는지를 두고 갑론을박할 텐데, 이야말로 자신의 불멸성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길”이라고 농담조로 말한 적이 있다. 이 전 교수는 “이 책을 읽으면서 ‘나는 문학적 소양이 부족하다’고 하지 말고 원래 어려운 작품이라고 편하게 받아들이면 좋겠다”고 했다.

임근호 기자 eigen@hankyung.com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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